조선시대 활터 연구에 중요한 자료

2007-10-07
 

독산한중집(獨山閑中集)은 1800년대에 경남 남해의 독산촌(獨山村)에 살던 파평 윤씨 문중의 윤도진(坡平 尹門의 尹燾鎭-必用으로 推定)의 종가댁에서 보 관중인 한문서책으로 독산촌 기문과 시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의 발문(跋文)과 찬문(撰文)과 시들을 싣고 있으며, 봉서정 및 운곡재의 기문과 그 당시 교분이 있었던 분들과의 주고받은(수창-酬唱) 시들이다. 2001년도에 발간된 독산한중집(獨山閑中集) 해역집은 비매품으로 원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참고로 문집 원문은 가로 19cm 세로 21cm의 필사본인데 표지에는 ‘獨山集’(독산집)이라고 써 있고, 표지 안쪽에는 독산촌의 산그림(山圖)을 그려 넣었으며, 첫 페이지에는 ‘獨山閑中集’(독산한중집)이라 적혀 있어 책 이름을 ‘獨山閑中集’(독산한중집)으로 했다고 해제문에서 밝히고 있다. 해역집은 원문과 같은 크기로 모두 175쪽 분량이며, 아울러 원문에 대한 해역은 백천 김세현(국궁문화연구회) 선생이 하였다.

독산한중집(獨山閑中集)의 내용을 보면 1800년대 초 당시 선비들의 풍류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특히 활터와 관련된 봉서정기와 차운 방식의 칠언율시(七言律詩-원문에는 7편이 수록되어 있으나 해역집에는 2편이 누락되었다)는 선비들의 활터 문화를 어렴풋이 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아울러 문집에 기록된 봉서정은 1800년대 초에 건립된 강경의 덕유정과 동시대에 존재한 조선시대 민간사정이며, 사정 건립 당시 작성한 봉서정기에 활터를 건립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기문에는 마을 청년에게 학문과 기예를 가르치고자 정자를 짓고 사대를 세운다며 그 뜻을 기문에 밝히고 있다.

독산한중집(獨山閑中集)에 수록된 여러 글 중 활터인 봉서정(鳳捿亭)과 관련 자료 몇 편만을 소개한다. 끝으로 조선시대 민간사정 연구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긴 귀한 자료를 주신 인봉 윤진평(국궁문화연구회) 접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국궁신문 편집실】

◇ 봉서정기 원문

鳳捿亭記

古語曰天下雖亂不可專其武廢其文天下雖安不可專其文廢其武夫文武一道也是故古之聖人設之庠序敎民禮義而以昭文德作之兵哭敎民干戈而以奮武威以此論之文不可獨行武不可獨專文武之道豈不重且大哉夫人生處於一世之間而論其光陰則譬若鞭過隙者也而或者蠱之於色以成白髮於兒女之手中或者狂之於酒以送靑年之醉醒之間而及其死也與草木同腐悲夫如許之輩爲民爲國之道安在處世男兒之事又安在余素是愚鈍之質負多年不辨魯魚執弓經歲又不成才故居常歎無時無之是歲秋九月望與琴聲村趙友唱歎發議經營一亭于獨山之間而招聚隣居樵者牧者乃設役伐木爲布址築石爲財壇以爲習藝之所於是乎四隣諸朋咸聚於是亭講習武藝者盡是靑年之豪士也角弓彎處依乎三年笛裡關山之月形玉簇歸時彷彿乎萬古兵前草木之風聲是月念後一日余與五六親朋佩酒登臨因設一宴于亭下引壺觴而各酌野酌亂而無巡談笑高而相答音聲雜而難分於是醉興齊發擊壺而長歌者錢島之林友也拂袖而起舞者凍川之金友也而其餘諸朋各得其樂或岸中倚亭或挾丸而登壇者豪氣蕩情蔑不形喩於焉之間日己斜矣酒已醒矣幷坐一席握手談笑曰昔者歐陽翁得喜雨以名其亭司馬公樂花竹以名其園古之哲人各從其樂而名其亭今我五六子習藝優遊之亭豈無二字之名哉是亭則與古人亭太異因左右物色而名之可也咸云余怡然答曰以此亭物色論之則蒼松鬱鬱綠竹而其間所捿者吾之武士也余聞鶴捿于松鳳含于竹實以松之物色而取付於名則當以鶴捿亭名之可也然鶴者本在深山其性孤閑非此亭之名狀鳳者本是瑞禽其性和暢而昔者舜帝簫韶九成翩翩來儀今吾等幸處昇平之世習藝優樂譬若鳳捿于舜帝之時而又有綠竹之景色以鳳捿二字名之於亭如何左右諸朋皆欣然答曰美哉美哉是言吾等之優樂果若鳳捿于舜帝之時皆幷起鼓舞余遂秉筆記之如左以表諸朋同時優樂之跡而更將四聯一首以付記文之末其餘四聯余請文于公同付於後

◇ 봉서정기 해역자료

봉서정기

옛 말에 이르길‘천하가 비록 어지럽다고 문(文)을 폐지하고 무(武)만 전념할수가 없고, 천하가 태평하다고 무(武)를 폐지하고 문(文)만 전념할 수 없다’고 했다.

대저 문무의 도(道)는 하나이다. 그러므로 옛날의 성인께서는 고대의 지방 학교를 세워서 백성들에게 예의를 가르치셔서 문덕(文德)을 밝히셨으며, 군대를 만들어 창과 방패를 울리도록 백성들을 가르쳐서 굳세고 위엄있는 무위를 떨치게 하셨으니 이는 문(文)의 논의만으로는 불가하고 무(武)의 독자적인 행동만으로도 불가하다는 말로써 문무를 겸비하는 길(道)이 어찌 무겁고도 크지 않으랴?!

무릇이 세상에서의 인생살이를 세월에 비유해서 말하길 문틈으로 채찍질하는 말이 지나감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여색의 독기로 아녀자의 수중에서 다 백발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술의 광기 때문에 작취미성으로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러 초목과 같이 썩어가니 슬프도다.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곧 세상에서 남아의 할 일인데 여러 해 타향에서 유학했으면서도 로(魯)자와 어(魚)를 분별하지 못한 나의 이 우둔한 소질로 활을 잡고 세월을 보내고 있어 하나도 이룸이 없는 재목인 고로 일상 비통히 탄식하지 않을 때가 없었는데, 이 해 가을 9월 보름에 금성촌(琴聲村)의 조(趙)라는 친구와 같이 탄식 노래하다가 독산(獨山)에 정자를 경영하자는 의견을 내기를“독산(獨山) 근방에 사는 이웃들을 불러모아 나무꾼과 목동들에게는 나무를 베게하고 터를 닦고 돌을 쌓아 활 쏘는 사대(射臺)를 만들어 기예를 익히는 곳으로 삼음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사방의 친구들을 다 불러모아 이 정자에서 청년들에게 무예를 가르치는데 진력하도록 해서 호방한 선비를 만들도록 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각궁(角弓)을 당길 만한 곳은 되지 않겠는가? 삼년동안 피리 불며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한나라 악곡의 고향인 관산월에 달 뜨는 모습과 옥 화살촉이 돌아올때 흡사하지 않으랴.

만고의 군대 앞에 초목의 바람 소리 이는 이 달 2 1일 나와 대 여섯 명의 친구들이 술병을 차고 정자에 올라가 정자 밑에 한 연회를 마련해 술항아리와 술잔을 끌어 당겨 각기 술잔이 거칠고 어지럽게 돌며 서로 웃고 큰 소리로 얘기하는 소리로 떠들썩하고 어지럽기가 난분(難分)해 취흥이 도도할 때 술통을 두드리며 음성을 길게 뽑아 장가(長歌)를 부르는 이는 전도(錢島)에 사는 임(林)이란 친구요,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어나서 춤을 추는 이는 동천(凍川)사는 김(金)이란 친구였다. 그밖에 모든 친구들이 각자 즐거움을 얻어 혹은 언덕 속의 정자에 기대기도 하고 혹은 탄환을 끼고 단 위에 올라 가 방탕한 마음에 호기를 부리며 업신 여기는게 비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느덧 해가 기울자 술은 이미 깨었다. 한 자리에 같이 모여 악수하며 담소하기를 “옛날에 송나라의 구양수(歐陽脩)옹이 희우(喜雨)라는 이름을 얻어 그 정자에 붙였으며, 사마광(司馬光)은꽃과 대나무를 즐겨 해서 그 이름을 정원에 붙였듯이 옛날의 철인(哲人)들은 각종 그 좋아하는 이름을 그 정자에 붙였는데 지금 우리 대 여섯 명이 기예를 익히고 유유자적하는 정자에 어찌 두 자의 이름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이 정자인 즉 옛 사람들의 정자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좌우의 풍경 경치로 이름을 지음이 가하다.”고 하니 모두들 내 말에 기뻐서 좋아하며 답하기를 “이 정자의 풍경으로 말하자면 푸른 소나무가 울창하고,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고 무성한 그 사이에 깃들어 사는 우리들은 무사(武士)이다. 내가듣기로는 학은 소나무에 깃들어 살고, 봉황은 죽실(竹實)을 머금는다 했으니 소나무의 경치에 이름을 갖다 붙인다면 당연히 학서정(鶴捿亭)이라는 이름이 가하다.

그러나 학이란 본성이 깊은 산에서 살고 그 성정이 고고하고 쓸쓸해서 이 정자의 이름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봉황이란 상서로운 날짐승으로 그 성정이 화창해서 옛날에 순(舜)임금도 아취 있고 풍류로운 소소(簫韶)의 음악을 아홉 번 연주하는 의식이 내려오는데 지금 우리들은 다행스럽게도 태평한 세월에 살면서 기예를 익히고, 편안히 쉬면서 즐기니 비유컨대 순임금 때의 봉황이 깃든 것 같고 또 푸른 대나무의 경치가 있으니 봉서(鳳捿) 두 글자로 정자 이름을 지음이 어떻겠소?”하니까 좌우의 여러 친구들이 다 기뻐하면서 답하기를“좋소. 좋다! ”라고 한다.

이 말로 우리들의 뛰어난 즐거움의 결과 마치 순임금때에 봉황이 깃든 듯이 다 함께 일어나 북을 치며 춤을 추었다.

드디어 내가 붓을 들어 모든 친구들이 동시에 넉넉한 즐거움의 자취를 좌우에 표를 하고, 다시 4련 한 수(首)를 글의 말미에 덧붙이고 그 나머지 4련을 여러 공들에게 글을 청해 같이 뒤에 첨부한다.

捿鳳亭臨錦海邊 - 금해 바닷가에 봉황이 깃드는 정자가 있어
棹歌落處見歸船 - 노 젓는 노래소리 끊긴 곳에 돌아오는 배 보이네.
花朝 放矢風聲直 - 꽃 피는 아침( 2월1 2 , 1 5)에 활을 쏘니 곧장 바람소리 나
柳夕彎弓月面圓 - 유성 뜨는 저녁에 활을 당기니 달 모습도 둥그네.

風物任他松竹岸 - 경치를 남에게 맡긴 송죽 언덕은
功名慕此妙英年 - 공명을 사모하는 아름다운 묘령이네
彬彬武士豪情發 - 문무 겸한 무사가 호방한 뜻을 펴니
玉簇金聲雲外傳 - 옥화살촉 쇳소리가 구름 밖으로 전달되네.

次(차운)

仙原光景浩無邊 ; 신선이 있는 곳의 무변은 광대 무변하고
幾渡停過漁子船 : 고기잡이배는 자주 나루에 정박하고 지나가네
園竹喧時風灑洛 : 정원의 대나무가 시끄러울 때면 깨끗한 바람이 시원하고려
壇俉窈處月團圓 : 뜰안의 오동이 고요한 곳에서는 달덩이도 둥그렇네

簫韶遺響今遭世 : 순임금이 남긴가락 지금 세상에서도 만나보고
射禮深工旣有年 : 궁술사법 예의 깊이 익혀 온지도 이미 여러해
憐爾고翔千인地 : 화살은 사랑스럽게도 천길 땅을 높이 날아가서('날고/길인' 한자표기 웹지원 안됨)
令含丹韶乃亭傳 : 신선의 풍류를 머금고 와서 정자에 전하네
右蘭溪李勉亨稿(위는 난계 이면형의 기고임)

 次(차운)

鵬海南通錦峀邊 : 대붕이 난다는 바다 남쪽은 금산 줄기와 통하고
要津他日駕虛船 : 중요 나루터에는 지난 날 빈 배들 드나 들었네
風嫌矢路橫且直 : 화살 길은 바람 싫어해 비껴 곧장 날고
月學弓形缺復圓 : 달은 활 모양을 배워서 빠진 원을 다시 채우네

地闢幽庄因得主 : 천지 개벽후 그윽한 장원에 주인 얻어
村藏淑氣己多年 : 좋은 기운 마을에 담은지 이미 여러 해이네
亭前歸客紛無數 : 정자 앞을 돌아가는 길손 무수히 많아 어지럽고
捿鳳佳名莫浪傳 : 봉황이 깃든다는 좋은 이름 물결처럼 퍼지네
右蘭庵(菴)李勉道稿

 

次(차운)

松圍竹老古江邊 : 소나무와 늙은 대나무 둘러있는 옛 강변엔
時有漁樵來泊船 : 때 맞춰 고기잡이 배와 땔나무 실은 배들이 정박하려 오네
深樹花光春共暮 : 우거진 나무와 꽃 빛에 봄이 같이 저물고
空枝鳥夢月同圓 : 빈 가지 앉은 새 새 달 같이 둥근 꿈을 꾸네

誅茅壘石亭新日 : 돌 쌓고 갈대 베어 정자 새로 지은 날
講武賦詩立志年 : 무예 강론하고 시부를 읊는 뜻을 세운 해라네
閑步登臨躬事業 : 한가로이 거닐며 산에 오르고 물가에도 나가 몸소 일하며 살아가니
南州逸士姓名傳 : 남쪽 땅의 숨은 선비로 이름을 전하네
右鰲山李東杓稿

次(차운)

新亭卜築江古邊 : 옛 강변의 길지에 터 닦아 새 정자를 지으니
每見烟波去來船 : 물안개 속에 매번 가고 오는 배 보이네
玉簇嗚時風竹動 : 옥 화살촉 울때 대나무도 바람에 일렁이고
角弓彎處月輪圓 : 각궁 당기는 곳에 둘 둘레도 둥그네

深工應務昇平日 : 업무에 맞춰 깊은 공부를 하는 태평한 날
豪氣將看壯大年 : 장차 호기 부릴 씩씩하고 큰 청년을 보네
始識武夫眞樂志 : 무사의 진정한 즐거움과 뜻은 알 듯도 한데
繁華景物畵難傳 : 번화한 풍경들 그림으로 다 전하긴 어렵네
右琴聲李寬籍稿(위는 금성 이관적의 기고임)

次(차운)

鳳捿亭高臨海邊 : 바닷가에 봉서정이 높이 있어
幾多弓射渡津船 : 아주 많은 궁사들이 나룻배로 건너네
揮長箭處風聲疾 : 멀리 화살 날아가는 곳에 바람소리도 빠르고
彎大弓時月影圓 : 큰 활을 당길 때 달 그림자도 둥그네.

神鶴習飛叩兩翼 : 신선 학은 양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가는 것을 익히고
靈彎學舞宿千年 : 신령스런 난새는 춤을 배우니 천년을 사네
蒼蒼是樹勿爲毁 : 푸르고 푸른 이 나무 훼손됨이 없으니
絶後光前名必傳 : 전에도 후에도 그런 예가 없는 이름 반드시 전하리
右蓮峰李東權稿(위는 연봉 이동권의 기고임)

次(차운)

翼然亭閣壓江邊 : 새가 날개 편 듯 좌우로 펼친 정자각이 강변을 누르고
斜日飛來遠客船 : 해 기울자 멀리서 여객선이 달려오네
洞僻猶留雲氣濕 : 아직도 마을엔 습한 구름 기운 남아 있으나
軒高先得月輪圓 : 높은 집에서는 둥근 달 볼 수 있네

三張弓矢眞豪士 : 참 호걸 선비들은 활시위를 세 번이나 얹고
一部詩畵妙少年 : 묘령의 소년들이 한 벌의 시서를 읽네
捿竹平生飢不啄 : 평생 대나무에 깃들어 살며 굶어도 아무거나 안 쪼아
却嫌逍息世間傳 : 싫은 것은 물리친다는 소식 세간에 전하네
右慕魯高之鶴稿 (위는 모로 고지학의 기고임)

◆◆◆ 원문자료 ◆◆◆

[※]李勉道, 李東杓의 2편의 시 추가(200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