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쏘기 이어져
장생포 고래와 공업도시로 유명한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활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다. 반구대 암각화에 선사시대 활쏘기 그림이 있고, 조선시대 경상좌도병영 소재지였으며, 임진왜란 때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부북일기』로 유명한 무관 박계숙, 박취문 부자의 고향이기도 하고, 『조선의 궁술』은 울산 출신 ‘배익환’ 명궁을 길게 소개하고 있다. 공업도시가 되면서 여러 기업체가 활터를 세우기도 했다. 이런 활 역사를 배경으로 울산이 근래 들어 활쏘기 문화유산 발전을 위한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광역시와 대한궁도협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2025년 세계대회 추진, 궁도(활쏘기) 역사 고증을 위한 학술대회 개최, 국회에서는‘궁도진흥법’재발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러한 활쏘기 유산 발전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울산 한량들이 활쏘기 시원始元으로서 자기 고장 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전국의 활쏘는 사람들이 울산의 활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관련기관 동향과 지금까지 학술연구 활동 등을 통해 알려진 울산의 중요한 활 역사와 문화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1. 관련기관 동향
○ 울산광역시와 대한궁도협회 업무협약 체결(2024. 4.25) 주요 내용
·울산시는 대한궁도협회의 대한민국 궁도(활쏘기) 센터 건립에 적극 협조
·대한궁도협회는 대한민국 궁도센터 건립이 완료되면 협회를 울산시로 이전
·양 기관은 반구천의 암각화 활쏘기 세계대회 개최에 협력하고 전문인력 상호교류 등이다.
○ 국가유산청 출범(2024. 5.17)
활쏘기를‘국가무형문화유산 제142호 활쏘기’로 개명
○ 궁도(활쏘기) 역사 고증을 위한 학술대회(2024.11.23. 울산박물관)
·주최·주관 :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울산연구원
·발표 및 토론 : 궁도 역사의 고증과 과제 외 3건
○ ‘궁도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2024.11.25. 국회의원회관)
·주최/주관 : 박찬대의원, 대한궁도협회
·주제발표 : 궁도진흥법 제정이 갖는 의미와 과제(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영일)
·토론문 : 궁도진흥법 제정안의 한계와 과제(한국스포츠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성문정) 외 4건
2. 울산지역의 활 역사와 문화
○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활쏘기 그림이 있다. 약 7천 년 전의 암각화 수렵도에는 3명의 활 사냥꾼을 확인 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나, 인근 사연댐 물로부터 암각화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늦어지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에 있으며 고래잡이 그림으로 유명하다. 암각화의 활쏘기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2021년부터이다. 인근 ‘집청정 주인 최원석씨’의 제보로 국궁신문, 온깍지협회, 활쏘기문화보존회 등의 탐사, 보도와 학술연구 활동이 꾸준히 이어온 덕분이다. 활동에 참가한 모든 이들은 한 목소리로 반구대를 활쏘기유산 성지로 가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임진왜란과 경상좌도병영
울산 지역은 임진왜란 초기(선조 25년, 1592) 왜군의 주 침입로 였고, 전쟁 기간 중 왜군이 주요 교두보로 이용하였다. 왜군들이 동래부(부산)를 침공했을 때 동래부를 관할하던 경상좌도병영이 울산에 위치했으며, 병마절도사는 이 각이었다. 동래부사 송상현이 휘하 군병과 백성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울 때, 동래부 지원군이었던 이 각은 도망쳤다. 이 모습이 「동래부순절도」에 남아 있다. 당시 조선군 주무기는 활이었으며 병영 안에는 사청射廳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울산에는 행정구역으로 병영동이 있고, 병영성 유적이 남아 있다. 이 유적과 울산왜성 등은 약 430년 전 그 때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 부북일기赴北日記
부북일기는 울산시 유형문화유산 제14호로, 조선시대 울산 출신 무관 부자가 함경도지역으로 각 1년간 부방(赴防. 국경지대에 파견되어 방위 임무를 맡는 일)했을 때 쓴 일기이다. 아버지 박계숙은 선조 때 1605년 10월부터 약 1년간, 아들 박취문은 약 40년 뒤 인조 때인 1644연 12월부터 약 1년간 부방생활을 하였다. 병영생활 일기에는 활쏘기 기록이 가장 많다. 활쏘기 시합에서 10순 50발을 쏘아 여러번 50발을 모두 맞추어 상으로 쌀, 콩, 소주, 목화 등을 받은 기록이 자세히 남아 있다. 변방지역이라 일상생활은 방직房直의 도움을 받았다. 방직은 ‘방지기’여인을 가리키는데, 외지에서 온 군관들에게 대게 한 명씩 배정하여 그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도록 하였다.(부북일기. 번역 및 해제 우인수. 2012. 2. 5). 태화강변 십리대숲길 상류 끝 자락에 박취문이 노후를 즐기던 만회정(박취문의 호가 만회晩悔이다)이 있다.
○ 배익환
배익환은 울산 사람으로 경상좌도병영에 속하였으며 활쏘기를 잘하여 철종 때 무과시험에 발탁되었다. 사청에서 활을 쏘면 땅에 떨어지는 화살이 없이 모두 과녁을 상하게 하니 사람들이 원망하자, 하루종일 똑 같은 자리에 쏘아 과녁을 상하지 않도록 했다. 처음 활을 배울 때 과녁을 15간 밖에 설치하여 활을 쏘고, 한 달에 한 번씩 1간의 거리를 멀리하여 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120보 거리에서 활을 쏘았으며 과녁이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그는 평소에 ‘활쏘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활쏘는 법을 연습하지 않는 것을 한탄하였다.’세상 사람들이 그를 배오중이라 불렀다.(조선의 궁술. 지은이 이중화, 엮은이 김이수. 2010. 1.18)
○ 공업도시와 기업체 활터
울산은 공업도시가 되면서 1970년도 초부터 기업체에서 활터를 세운 특별한 역사가 있다. 한국비료(현, 롯데정밀화학)에서 약사정을, 선경합직(현, SK)에서 선경정을, 삼양사(현, 삼양사)에서 삼양정을, 럭키(현, LG생활건강)에서 락희정을 세워 경영자들과 근로자들이 함께 활을 내었다. 회사의 경영자들과 혁명세대의 높은 분들이 좋아하던 활을 내면서 활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공장이 확장되거나 아파트 자리가 되기도 하고, 락희정의 경우 고헌정과 자매결연하여 월례회도 같이 하기도 하였으나, 2000년 말경 화재로 없어졌다고 한다.(강철조. 울산 고헌정, 한국각궁. 2024.11.24.) 이런 특색있는 활문화는 울산의 오랜 활 역사 바탕위에 공업도시화하며 기업체가 뿌리내리는, 지역에 잘 어울리는 울산만의 자랑거리인데 활터가 없어져 아쉽다.
마무리
현재 울산광역시 활터는 다섯 군데로 청학정, 공원정, 고헌정, 무룡정, 원학정이다. 이들이 활쏘기 유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자기 고장의 귀중한 활 문화는 낯설어 한다. 왜 서울에 있는 대한궁도협회가 울산으로 이전하는지, 우리나라 궁도센터가 자기 고장에 들어와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자기 고장의 활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낮다 보니 발전계획에 대한 호응도가 떨어지고 추진력은 약해지고 있다. 울산지역의 사정이 이러한데 전국 한량들의 호응도는 언급할 여지가 없다. 활쏘기 문화유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려 보여주기식 행사로 그치지 말고 언론, 학술연구 단체 등과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묻혀있던 7천 년 전 암각화 활쏘기 그림에 활 문화 가치를 부여하고 빛을 보게 했으니, 이제는 이를 토대로 힘을 합쳐 활쏘기 유산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둘이 가면 천천히 가지만 멀리 갈 수 있다.
울산의 활쏘기 역사와 문화
양희선(서울 화랑정)
장생포 고래와 공업도시로 유명한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활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다. 반구대 암각화에 선사시대 활쏘기 그림이 있고, 조선시대 경상좌도병영 소재지였으며, 임진왜란 때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부북일기』로 유명한 무관 박계숙, 박취문 부자의 고향이기도 하고, 『조선의 궁술』은 울산 출신 ‘배익환’ 명궁을 길게 소개하고 있다. 공업도시가 되면서 여러 기업체가 활터를 세우기도 했다. 이런 활 역사를 배경으로 울산이 근래 들어 활쏘기 문화유산 발전을 위한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광역시와 대한궁도협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2025년 세계대회 추진, 궁도(활쏘기) 역사 고증을 위한 학술대회 개최, 국회에서는‘궁도진흥법’재발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러한 활쏘기 유산 발전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울산 한량들이 활쏘기 시원始元으로서 자기 고장 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전국의 활쏘는 사람들이 울산의 활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관련기관 동향과 지금까지 학술연구 활동 등을 통해 알려진 울산의 중요한 활 역사와 문화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1. 관련기관 동향
○ 울산광역시와 대한궁도협회 업무협약 체결(2024. 4.25) 주요 내용
·울산시는 대한궁도협회의 대한민국 궁도(활쏘기) 센터 건립에 적극 협조
·대한궁도협회는 대한민국 궁도센터 건립이 완료되면 협회를 울산시로 이전
·양 기관은 반구천의 암각화 활쏘기 세계대회 개최에 협력하고 전문인력 상호교류 등이다.
○ 국가유산청 출범(2024. 5.17)
활쏘기를‘국가무형문화유산 제142호 활쏘기’로 개명
○ 궁도(활쏘기) 역사 고증을 위한 학술대회(2024.11.23. 울산박물관)
·주최·주관 :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울산연구원
·발표 및 토론 : 궁도 역사의 고증과 과제 외 3건
○ ‘궁도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2024.11.25. 국회의원회관)
·주최/주관 : 박찬대의원, 대한궁도협회
·주제발표 : 궁도진흥법 제정이 갖는 의미와 과제(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영일)
·토론문 : 궁도진흥법 제정안의 한계와 과제(한국스포츠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성문정) 외 4건
2. 울산지역의 활 역사와 문화
○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활쏘기 그림이 있다. 약 7천 년 전의 암각화 수렵도에는 3명의 활 사냥꾼을 확인 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나, 인근 사연댐 물로부터 암각화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늦어지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에 있으며 고래잡이 그림으로 유명하다. 암각화의 활쏘기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2021년부터이다. 인근 ‘집청정 주인 최원석씨’의 제보로 국궁신문, 온깍지협회, 활쏘기문화보존회 등의 탐사, 보도와 학술연구 활동이 꾸준히 이어온 덕분이다. 활동에 참가한 모든 이들은 한 목소리로 반구대를 활쏘기유산 성지로 가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임진왜란과 경상좌도병영
울산 지역은 임진왜란 초기(선조 25년, 1592) 왜군의 주 침입로 였고, 전쟁 기간 중 왜군이 주요 교두보로 이용하였다. 왜군들이 동래부(부산)를 침공했을 때 동래부를 관할하던 경상좌도병영이 울산에 위치했으며, 병마절도사는 이 각이었다. 동래부사 송상현이 휘하 군병과 백성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울 때, 동래부 지원군이었던 이 각은 도망쳤다. 이 모습이 「동래부순절도」에 남아 있다. 당시 조선군 주무기는 활이었으며 병영 안에는 사청射廳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울산에는 행정구역으로 병영동이 있고, 병영성 유적이 남아 있다. 이 유적과 울산왜성 등은 약 430년 전 그 때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 부북일기赴北日記
부북일기는 울산시 유형문화유산 제14호로, 조선시대 울산 출신 무관 부자가 함경도지역으로 각 1년간 부방(赴防. 국경지대에 파견되어 방위 임무를 맡는 일)했을 때 쓴 일기이다. 아버지 박계숙은 선조 때 1605년 10월부터 약 1년간, 아들 박취문은 약 40년 뒤 인조 때인 1644연 12월부터 약 1년간 부방생활을 하였다. 병영생활 일기에는 활쏘기 기록이 가장 많다. 활쏘기 시합에서 10순 50발을 쏘아 여러번 50발을 모두 맞추어 상으로 쌀, 콩, 소주, 목화 등을 받은 기록이 자세히 남아 있다. 변방지역이라 일상생활은 방직房直의 도움을 받았다. 방직은 ‘방지기’여인을 가리키는데, 외지에서 온 군관들에게 대게 한 명씩 배정하여 그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도록 하였다.(부북일기. 번역 및 해제 우인수. 2012. 2. 5). 태화강변 십리대숲길 상류 끝 자락에 박취문이 노후를 즐기던 만회정(박취문의 호가 만회晩悔이다)이 있다.
○ 배익환
배익환은 울산 사람으로 경상좌도병영에 속하였으며 활쏘기를 잘하여 철종 때 무과시험에 발탁되었다. 사청에서 활을 쏘면 땅에 떨어지는 화살이 없이 모두 과녁을 상하게 하니 사람들이 원망하자, 하루종일 똑 같은 자리에 쏘아 과녁을 상하지 않도록 했다. 처음 활을 배울 때 과녁을 15간 밖에 설치하여 활을 쏘고, 한 달에 한 번씩 1간의 거리를 멀리하여 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120보 거리에서 활을 쏘았으며 과녁이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그는 평소에 ‘활쏘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활쏘는 법을 연습하지 않는 것을 한탄하였다.’세상 사람들이 그를 배오중이라 불렀다.(조선의 궁술. 지은이 이중화, 엮은이 김이수. 2010. 1.18)
○ 공업도시와 기업체 활터
울산은 공업도시가 되면서 1970년도 초부터 기업체에서 활터를 세운 특별한 역사가 있다. 한국비료(현, 롯데정밀화학)에서 약사정을, 선경합직(현, SK)에서 선경정을, 삼양사(현, 삼양사)에서 삼양정을, 럭키(현, LG생활건강)에서 락희정을 세워 경영자들과 근로자들이 함께 활을 내었다. 회사의 경영자들과 혁명세대의 높은 분들이 좋아하던 활을 내면서 활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공장이 확장되거나 아파트 자리가 되기도 하고, 락희정의 경우 고헌정과 자매결연하여 월례회도 같이 하기도 하였으나, 2000년 말경 화재로 없어졌다고 한다.(강철조. 울산 고헌정, 한국각궁. 2024.11.24.) 이런 특색있는 활문화는 울산의 오랜 활 역사 바탕위에 공업도시화하며 기업체가 뿌리내리는, 지역에 잘 어울리는 울산만의 자랑거리인데 활터가 없어져 아쉽다.
마무리
현재 울산광역시 활터는 다섯 군데로 청학정, 공원정, 고헌정, 무룡정, 원학정이다. 이들이 활쏘기 유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자기 고장의 귀중한 활 문화는 낯설어 한다. 왜 서울에 있는 대한궁도협회가 울산으로 이전하는지, 우리나라 궁도센터가 자기 고장에 들어와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자기 고장의 활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낮다 보니 발전계획에 대한 호응도가 떨어지고 추진력은 약해지고 있다. 울산지역의 사정이 이러한데 전국 한량들의 호응도는 언급할 여지가 없다. 활쏘기 문화유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려 보여주기식 행사로 그치지 말고 언론, 학술연구 단체 등과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묻혀있던 7천 년 전 암각화 활쏘기 그림에 활 문화 가치를 부여하고 빛을 보게 했으니, 이제는 이를 토대로 힘을 합쳐 활쏘기 유산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둘이 가면 천천히 가지만 멀리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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