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활쏘기 역사와 문화-⑯ 동래 관덕정 위치
동래 관덕정, 19세기 동래부 활쏘기문화의 중심지 
「1797 팽나무」는 관덕정의 소중한 활터문화 유적지

  부산광역시의 옛 고도인 동래부의 행정읍성은 동래성이며, 현재 마안산 아래 복천동, 수안동, 칠산동, 명륜동 등의 동래구에 위치한다. 동래성 일원에는 1724년 세워진 읍승정이 가장 앞선 사정(射亭)이며, 이어 우빈정이 추가로 세워져 운영되어 오던 중 두 개의 사정을 합쳐서 읍우정으로 다시 창정되었다. 

  성안으로 옮긴 통합사정인 읍우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활 쏘는 소리, 포화소리 등 일상의 불편함을 겪는 민원 제기에 의해 성 밖으로 무과시험장을 겸하여 옮겨지면서 약 50여 년간 관덕정으로 편액을 걸고 운영되었다. 관덕정은 1872년 녹양정과 만년대로 분리되면서 근대시기의 활쏘기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래부의 행정 중심지인 동래성 일원에서 운영된 관덕정은 부산지역 활쏘기 문화의 중심지였다. 관덕정의 전사(前史)와 후사(後史) 등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국궁신문에 소개한 바 있어 이번에는 관덕정이 있었던 구체적인 위치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활터 관덕정을 상세하게 기술한 문서는 동래 (재)기영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관덕정수호절목(觀德亭守護節目)』이다. 1855년 양무당의 유사와 공원이 작성한 이 문서는 관덕정 이전의 활터 연혁과 설립 배경 그리고 관덕정 운영관련 8개 조항의 절목 등을 만들어 지키고자 했다.

<관련기사>
▷ 부산지역 활쏘기 역사와 문화-⑤ 동래 기영회 『관덕정수호절목』
▷ 부산지역 활쏘기 역사와 문화-⑬ 동래 읍우정

 관덕정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5건의 자료를 토대로 지형 환경이 많이 바뀐 2024년 현재의 동래구에서 관덕정이 있었던 위치를 조사했다.
 

▲자료 현황표

  『관덕정수호절목』에는 1814년에 향교를 서쪽으로 옮길 때 읍성 서쪽 읍승정과  동쪽 우빈정 두 곳의 사정(射亭)을 합쳐 학소대 기슭에 읍우정을 세웠으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읍인 노소가 사정에서 활 쏘는 소리, 포화소리 등으로 길지를 침범하는 병통으로 여겨 다시 성 밖으로 옮겼는데 장소가 성 밖에 있는 휴산(休山) 언덕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관덕정은 휴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휴산은 동래성 남문 밖 동쪽에 있는 작은 산이며, 남문에서 좌수영으로 가는 온천천의 이섭교 사이에 있다. 역참인 휴산역(休山驛)도 휴산 초입에 있었다. 각종 지도와 그림을 쉽게 비교하기 위해 아래의 범례에 해당하는 원숫자를 추가하였다.
 

▲지도 및 그림에 표기된 범례

  휴산역(休山驛)과 사정(射亭)이 표기된 고지도는 『동래고지도』와 『동래부산고지도』이며,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여기서는 그림이 선명한 『동래고지도』를 통해 휴산과 활터의 위치를 살펴본다.
 

▲동래고지도(국립중앙박물관)

  19세기 중반 경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동래고지도에는 남문(①)의 동쪽에 휴산역(休山驛)과 사정(⑤, 射亭)이 표기되어 있다. 남문에서 이섭교로 가는 길(③)은 갈색으로 구체적으로 표시했으며, 읍성 안에서 시작되어 온천천으로 흘러가는 실개천(②)도 표기되어 있다. 지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주변의 지명으로 보아 휴산(④)으로 추정되는 낮은 산도 쉽게 확인이 가능 하다. 
 

▲동래부사접왜사도(국립진주박물관)

  앞서 설명한 「동래고지도」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읍성 남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남문(①) 앞 서쪽에는 농주산(⑧)이 있고 오른쪽에는 읍성에서 온천천으로 흐르는 실개천(②)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울러 실개천을 건너서 길(③)을 따라 가다 보면 낮은 구릉의 언덕(④)이 있으며, 큰 나무(⑥)가 있다. 이섭교 가는 길(③)을 좀더 따라 가면 구릉 아래에 건물 한 채가 나온다. 지도에 관덕정(⑤ 觀德亭)으로 표기되었으며, 건물이 한 채로 구성되었다. 위 그림은 동래부사접왜사도 10폭 그림 첫 번째인 1폭을 갈무리한 것으로 국립진주박물관 소장본으로 그림을 그린 시기는 19세기 전반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래부사접왜사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소장본 동래부사접왜사도와 거의 동일하나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그림과 글씨가 아주 선명하다. 특히 휴산 언덕으로 추정되는 구릉의 언덕(④)과 큰 나무(⑥)가 또렷하게 그려졌고 실개천(②)과 이섭교 가는 길(③)도 잘 묘사되어 있다.

 다만 국립진주박물관 소장본 지도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관덕정을 관덕당(觀德堂)으로 표기했으며, 건물 1채가 더해져 2채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아마도 성안의 읍우정에서 시소(무과시험장)를 옮겼을 때는 건물 1채로 구성되어 관덕정으로 표기하였고,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읍우정의 사정도 옮겨오면서 건물이 2채로 늘어나고 명칭도 관덕당으로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제작 시기는 국립진주박물관 소장본과 같이 19세기 전반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건물 규모가 커지고 명칭 또한 관덕당으로 개칭된 것으로 보아 국립진주박물관 소장본 보다는 좀 더 늦은 시기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1946 미군지도

  이 지도는 1946년 미육군지도국(U.S. Army Map Service)에서 제작한 경상남도 동래군(東萊郡, 現 부산광역시 일대) 지도 일부분이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위 지도는 고지도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위에 표기한 부분을 살펴보면 ①은 고지도에서 볼 수 있는 남문 위치이며, 청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실개천(②)이다. 홍색은 이섭교 가는 길(③)이고 1934년 개통된 동해남부선(⑦)이 표시되어 있다. ⑤번 위치가 구릉에 있는 큰 나무와 관덕정이 있는 위치이다. 전체적으로 고지도에서 묘사한 지형과 일치하고 있다.
 

▲2024년 수안동, 낙민동 일원

 2024년 현재 지도이다. 동래시장에서 동래경찰서로 이어지는 직선도로와 원동교에서 만덕터널로 이어지는 충렬대로와 만나는 사거리가 읍성남문(①)이 있었던 자리이며, 조금 아래로 가면 동래경찰서가 나오는데 그곳이 고지도에 농주산(⑧)이 있던 자리이다. 

 홍색으로 표시한 길은 읍성남문에서 이섭교를 거쳐 좌수영으로 가는 길(③)이다. 옛날 지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고지도에서 보이는 실개천(②)도 연두색으로 표시된 부분으로 현재 그대로 남아있다. 「동래부사접왜사도」에서 표시된 휴산 언덕의 큰 나무는 현재 '1797 팽나무(⑥)’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해남부선(⑦)과 동래역은 「1946 미육군지도」와 동일한 모습이다. 관덕정이 있었던 자리(⑤)는 낙민초등학교 아래로 추정된다.

▲1797 팽나무와 팽나무하우스

 1980년도에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⑥)는 2016년 당시 수령이 220년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를 역산하면 1797년부터 현재까지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19세기 전반인 1850년 이전에 제작된 「동래부사접왜사도」에 있는 휴산 언덕의 큰 나무가 현재의 팽나무와 같은 나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관덕정이 휴산 언덕에 존재한 시기가 대략 1814년 이후부터 1872년 정도이니 현재의 팽나무는 관덕정의 창정과 폐정 시기를 전후하여 존재한 것이며, 당시 관덕정에서 활을 쏘던 많은 무사들이 쉼터로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료와 현장을 조사한 결과 동래 관덕정의 위치는 1797 팽나무에서 동해남부선 방향으로 150여미터 지점이며, 과녁은 동래역 방향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797년부터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있는 낙민동의 「1797 팽나무」는 동래부 활쏘기문화의 중심부였던 「관덕정」의 흔적과 기억을 갖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며 상징이다. 부산에서 전통활쏘기를 공부하는 궁사라면 한번 쯤 찾아가 옛 선진의 활공부를 상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1797 팽나무」는 부산지역의 소중한 활터문화 유적지임에 손색이 없다.

▲2024년 부산광역시 주요활터 연표

▶ 다음 연재는 「동래 궁각계, 수영 청곡정, 가덕도 활터, 근대신문」 등을 무순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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