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2년 남쪽 성 밖에 무예와 활쏘기를 위해 세워진 활터
휴산 언덕 활터, 관덕정과 같은 위치로 추정

  동래 기영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서『관덕정수호절목』은 동래읍성 남문 밖 휴산 언덕에 있는 관덕정이 19세기 후반까지 활터가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그러나 『관덕정수호절목』이 작성된 1855년 이후에는 휴산 언덕에 있는 관덕정의 활동 이력을 살필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관덕정이 있었던 휴산 언덕 인근의 활터에 관한 기록은 1877년 동래부지에 새롭게 확인되고 있다. 녹양정(綠楊亭)이다. 이번에는 「부산지역 활쏘기 역사와 문화」시리즈 열네 번째로 동래읍성 남쪽 밖 「녹양정(綠楊亭)」을 소개한다.(심곡)

■ 동래부지 東來府誌. 1877년 
  1877년(고종 14) 경 제작된 동래부(東萊府)의 지리지이다. 편저자는 미상이며, 관에서 주도하여 제작된 관찬지리지로 판단된다. 본문에는 동래부의 인문, 자연지리 정보를 비롯하여 조세와 관련된 각종 항목이 수록되어 있으며, 조선후기 관찬지리지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1757년 경 제작된 『여지도서(輿地圖書)』의 체제를 따르고 있다. 동래부에 대한 지리지는 현재 1740년 『동래부지(東萊府誌)』, 1868년 『동래부사례(東萊府事例)』, 1894년 『영남영지(嶺南營誌)』, 1899년 『동래부읍지(東萊府邑誌)』 등이 확인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지리지는 1877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기존에 있던 지리지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원본은 일본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한국학자료센터>
 

[동래부지 녹양정 부분 갈무리]
 

 동래부지 본문 누정(樓亭) 편에 녹양정에 관한 기록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녹양정은 ‘부(府) 남쪽 성 밖’으로만 위치를 기술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활터의 위치를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당시 지도를 보면 남문 밖에는 낮은 구릉의 농주산이 있고 동래천과 세병교가 있어 정남쪽에는 활터가 들어설 공간이 없다. 또한 남문의 서쪽은 지형적으로 좁고 성의 서쪽인 서문에 이르러야 공간이 나오므로 활터가 있을 만한 공간은 남문에서 이섭교로 가는 서남쪽의 휴산 언덕 인근으로 추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을 1878년에 작성된 『조선귀호여록(朝鮮歸好餘錄)』에서 확인이 되었다.

■ 조선귀호여록 朝鮮歸好餘錄. 1878년
 - 『조선귀호여록(朝鮮歸好餘錄)』「동래부도(東萊府圖)」
   『조선귀호여록(朝鮮歸好餘錄)』「동래부도(東萊府圖)」는 왜인 이시바타 사다(石幡貞, 1839~1916)가 부산 동래의 모습을 일본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그린 그림 지도인데, 『조선귀호여록』 (日就社, 1878) 곤책(坤冊) 4~5면에 실려 있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동래부지도(東萊府地圖)」의 동래읍성에는 10여 개의 건물을 표시했는데, 『조선귀호여록』에 있는 「동래부도」에는 기존의 동래부 지도에 없는 추오헌(秋梧軒)만 그려져 있다. 지도에 추오헌만 표기한 이유는 『조선귀호여록』 곤책 권2의 7면부터 실린 「동래증답」에 “관리관과 동래 부사가 추오헌에서 회담하였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시바타 사다는 왜인 독자들에게 추오헌을 보여주기 위해 동래읍성에 추오헌 한 건물만 표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오헌은 왜 관리관 곤도신조와 동래부사 홍우창이 1876년 12월 17일에 「부산항 조계 조약」을 맺은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조선귀호여록 동래부도]
▲두면으로 구성된 그림을 한 장으로 편집했다

 
 동래부도는 동래천(東萊川) 위에 놓인 세병교(洗兵橋)를 건너 동래읍성 남문으로 들어가는 구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그림의 오른 쪽 하단에 정자 하나를 그려놓고 세로쓰기로 녹양정(綠楊亭)이라고 표기를 했다. 녹양정 아래로는 동래천이 흐르고 위 좌측으로는 동래읍성의 동문이 보인다. 

 녹양정을 중심에 두고 살펴보면 위로는 동래읍성 동문이 있고 남으로는 동래천(온천천)이 흐르고 있다. 또한 왼쪽으로는 읍성남문과 세병교(광제교)가 보인다. 녹양정 남쪽에 있는 동래천변에는 나무들이 그려져 있는데 늘어진 형태로 그렸다. 아울러 그림의 왼쪽 상단에는 제화(題畫) 칠언절구 한편이 쓰였는데 동래 풍경을 묘사했으며 마치 신선들이 머무는 선계에 들어온 듯 황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 칠언절구 시문은 청람 윤백일(군산 진남정) 접장이 옮겼다.

 조선귀호여록의 동래부도 속 녹양정의 위치와 동래부사접왜사도에 표기된 관덕정의 위치를 비교해 본 결과 동일한 위치로 추정된다. 동래읍성 남문에서 이섭교로 가는 길목의 휴산 언덕에 있는 관덕정은 위로는 동문이 위치하고 있으며, 남으로는 동래천(온천천)이 있다. 또한 관덕정의 왼쪽으로는 동래읍성 남문과 세병교가 있다. 이러한 지형적 구도는 조선귀호여록에 실린 동래부도의 녹양정 위치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동래부사접왜사도]

  이와 같이 1858년 기록으로 확인된 관덕정이 있었던 동일한 위치에 1872년 녹양정(綠楊亭)이 세워졌다는 것은 결국 기능의 변화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관덕정이 녹양정으로 사정명(射亭名)을 변경하거나 기능적 변화에 따른 새로 창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녹양정 이전의 관덕정은 무과시험을 치르던 시소(試所)의 역할을 한 것으로 이미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관의 기능을 만년대 등의 다른 곳으로 이전(1877년 동래부지에는 1872년 녹양정과 만년대를 설립한 것으로 나온다. 만년대는 시소로 쓰였다. 추후 소개 예정)하고 녹양정은 주로 활쏘기를 연마하는 장소인 사정(활터)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장소의 기능적 역할 변동에 따라 활터 이름도 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명칭인 관덕정(觀德亭)에서 활터가 위치한 동래천 변의 수양버들 숲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징하는 의미로 녹양정(綠楊亭)으로 바꿨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드나무에 대한 풍경은 「19세기 동래부사접왜사도」에 잘 표현되어 있다.
 

[녹양정 지근 남쪽 동래천변 확대 그림]

  위의 그림은 휴산 언덕의 관덕정 남쪽에 있는 동래천변 숲을 묘사한 장면이다. 동래천의 남쪽에 비해 북쪽 천변에는 숲이 우거지게 조성되어 있으며, 나뭇가지가 축 늘어진 모습은 영락없는 수양버들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1872년 세워진 활터 녹양정에 관한 기록은 『조선귀호여록』 「동래부도」 이후 확인되지 않았다.

  동래읍성 남문 밖 휴산 언덕에 있었던 활터 관덕정과 녹양정의 구체적인 현재 위치는 다음에 별도로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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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는 「수영 청곡정, 동래 만년대, 가덕도 활터, 근대신문」 등을 무순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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