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래지역의 활쏘기 역사동래해자 출토 깍지(1592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깍지로 확인돼
(국역) 동래부순절도서문
옛날 임진왜란 때 동래성이 함락되던 날, 부사 송 충렬공(송상현), 양산군수 조공(조영규), 교수 노공(노개방), 비장 송봉수, 김희수, 유생(儒生) 문덕겸 등과 향리 송백, 겸인 신여로 및 송 부사의 첩 금섬과 동래읍민 김상, 두 명의 마을여자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순절하였다. 큰 절개는 사서(史書)에 밝게 실려 있고, 그 상세한 것은 모두 비문에 실려 있으니, 어찌 홀로 동래부 사람들만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를 칭송하겠는가. 무릇 우리 해동 사람이면 누구나 듣고 아는 바이다. 그러나 상상하여 흥기(興起)함은 오히려 눈으로 보고 만져 느끼는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동래부에 오래전부터 순절도(殉節圖)가 있음은 뜻이 대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순절도 그것을 펴서 보니, ①차분하고 침착하게 엄숙한 모습으로 조복(朝服)을 입고 북향하여 공손히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은 송상현이다. ②반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분강개하여 함께 돌아가신 사람은 조영규 양산군수이다. ③곁에서 모시면서 떠나지 않은 사람은 겸인 신여로이다. ④곁에 있으면서 육박하고 혈전하는 사람은 송봉수, 김이수 비장(裨將)과 향리 송백이다. ⑤문루 아래에 선성(先聖)의 위판(位板)을 모시고 예배(禮拜)하는 사람은 동래향교 교수 노개방과 유생 문덕겸, 양조한이다. ⑥담장을 뛰어넘어 목숨을 끊고자 하는 사람은 송상현의 첩 금섬(金蟾)이다. ⑦기왓장을 걷어 적을 치는 사람은 마을 사람 김상과 두 여자이다. ⑧오직 갑옷을 걷고 병기를 버리고 말을 달려 북쪽으로 달아나는 사람은 경상좌병사 이각(李珏)이다.
[1760. 동래부순절도]
지금은 임진란을 지난 지 거의 2백년 가까운데, 사람들의 이목에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비치는 것은 이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보면 비록 어리석은 지아비와 지어미도 충량(忠良)을 본받고 정렬(貞烈)을 흠모해야 함을 알지 못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모두가 적으로 인하여 임금을 버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서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모두 알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뭇 사람이 각각 성(城)을 이루는 마음을 가지고, 백성이 모두 임금을 호위하는 의리를 알게 될 것이니, 한 폭의 그림이 깊은 참호와 높은 성벽과 견고한 갑옷, 날카로운 무기보다 훨씬 나은 점이 많다. 아아! 동래부에 어찌 하루라도 이 그림이 없을 수 있겠나. 애석하게도 세월이 오래됨에 변하고 떨어져 가니, 나는 아주 흐려져서 분별할 수 없게 될까 적이 두렵다. 마침내 읍에 사는 변박(卞璞)으로 하여금 다시 모사하고 새로 장정하게 하니, 만약 뒷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이 그림을 보는 것을, 지금 옛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한다면, 이 그림이 전해지는 것은 장차 무궁함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오, 임진란 순절의 사적은 천년, 백년이 지나도 하루와 같을 것이니, 이 어찌 그림이 또한 도움 됨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겠는가. 삼가 충렬사(忠烈祠)에 보관하여 뒷사람을 기다릴 따름이다.
숭정(崇禎) 기원후(紀元後) 133년 경진(庚辰)63) 8월 상순 부사 홍명한(洪名漢) 삼가짓다.
※ 서문에 원숫자(①~⑧)은 그림 설명을 위해 필자가 추가함
동래부순절도에는 남문 위에 있는 ⑪송상현 부사를 중심으로 읍성 서문에서 동문까지 왜적을 맞아 방어하는 조선군의 전투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림에 표현된 병사는 49명이며, 서문에서 남문 사이에는 좌궁수 18명, 남문에는 지휘관1명, 보좌군관 6명, 남문에서 서문 사이에는 우궁수 22명, 좌궁수 1명, 지휘관 1명, 보좌군관 1명이 표현되어 있다. 그림에서 활쏘는 궁사의 모습은 활쏘기 단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습으로 긴장된 상황을 묘사한 상태인 활시위를 가득당긴 만개궁체와 깍지 손을 뒤로 빼서 활시위를 놓는 발시 후의 장면을 표현했다.
그림의 성격이 순절한 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의 항전 내용을 알리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전투에서 졌지만 조선군의 일사불란한 전투장면을 위해 성벽 위에 있는 조선궁수들을 서문과 남문 사이는 모두 좌궁으로, 남문에서 동문 사이는 우궁으로 표현하여 일사분란하게 전투하는 잘 훈련된 조선병사로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남문 성 아래에는 왜적의 목패 ⑨가아도(假我道)와 송상현의 목패 ⑩가도난(假道難)이 있다.
동래성을 포위한 왜군이 조선군의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 성안으로 던진 목패⑨는 ‘싸우고 싶거든 싸우고 그렇지 않으면 빌려 달라(전즉전의 부전즉가아도, 戰則戰矣 不戰則假我道)’는 내용이며, 이에 대해 송상현 부사가 ‘싸워서 죽는 것은 쉬워도 길을 빌러주기는 어렵다(전사이 가도난, 戰死易 假道難)’목패⑩를 던져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내성수사결의도, 충렬사 소장]
동래읍성 전투는 1592년 4월 15일 하루 만에 조선군의 패배로 함락되었고, 동래읍 사람들의 이날 겪은 참상은 이안눌 시문과 동래읍성 해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760년 동래부지 제영잡저 편에는 다양한 시문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중 동래읍성과 관련한 1607년 동래부사 이안눌의 시문 2편을 국역본으로 소개한다.
○ 만초(蔓草)는 옛 성곽 문에서
○ 동틀 무렵 집집마다 들려오는 곡소리(平明家家哭)
- 이안눌(李安訥), 초여름 날의 느낌(孟夏有感)
○ 동래읍성 해자
전쟁기록화인 동래부순절도와 이안눌의 시문 2편에 1592년 4월 15일의 참혹한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었으며, 2005년 동래읍성 해자 발굴을 계기로 처참한 동래성의 모습은 온 세상에 공개되었다. 동래읍성 해자가 발견된 위치는 동래읍성 남문 앞이며, 현재 부산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이 있는 곳이다. 400여년이 지난 해자에는 당시 동래읍성을 공격한 왜군에게 살해당한 인골과 각종 병장구와 활채 및 활 쏠 때 사용되는 깍지, 화살 등의 무기류가 출토되었다.
[동래읍성 해자 단면-조형도, 도시철도 수안역]
[동래해자 출토 1592년 사용 깍지]
부산도시철도 4호선인 동래구 수안역사에는 「임진왜란 동래읍성 역사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조선전기 동래읍성과 동래해자 조형도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전기 동래읍성 조형도]
부산에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동래의 충렬사(충렬사의 충렬은 송상현의 시호 충렬공에서 가져온 이름이다)와 송공단이 있으며, 이 외에도 추후 소개할 부산 동구 좌천동 ‘정공단’과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윤공단’등이 있다.
동래 충렬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지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왜적과 싸우다 순국한 선열을 모신 사당이며, 전사한 선열 23명과 동래부, 부산진, 다대진 및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무명용사 등의 위패 4위, 의병 62명의 위패를 모셨다.
동래시장 옆에 있는 송공단은 1742년(영조18) 동래부사 김석일이 임진왜란때 동래부사 송상현공이 순절한 정원루가 있던 곳에 설치한 단으로서, 송상현공을 비롯하여 동래성 전투에서 순절한 분들을 모신 곳이다. 송공단이 세워지기 전에는 동래읍성의 남문 밖 농주산(현 동래경찰서 자리)에 임진왜란때 순절하신 분들의 전망제단을 세워 동래부사 송상현·부산첨사 정발·양산부사 조영규·동래교수 노개방을 비롯한 순절의사들을 모셨는데 이 제단을 1742년(영조18년) 송공단이 세워지자 그곳으로 옮겼다.
송공단은 동·서·남·북의 4단으로 되어 있는데 북단에는 송상현·조영규·노개방을, 동단에는 유생 문덕겸, 비장 송봉수, 김희수, 겸인 신여로, 서단에는 노개방의 부인, 송상현의 애첩 금섬, 정발의 첩 애향, 남단에는 향리 송백, 부민 김상과 이촌녀(二村女) 및 무명전망인을 모셨다.
[동래구 송공단]
동래독진대아문은 부산광역시 동래구 수안동에 있는 조선시대 관아 대문이며, 임진왜란 이후 1655년(효종6)에 동래부의 군사권이 경상좌병영(慶尙左兵營)의 지휘 아래 있던 경주진영(慶州鎭營)에서 독립하여 동래독진이 되었음을 알리는 '동래독진대아문(東萊獨鎭大衙門)'이라는 현판을 정면의 문 위에 걸었다. 동래지역의 군사적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원래 동래부사청 동헌(東萊府使廳東軒) 앞 대문으로 망미루 뒤쪽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시가지 정리를 핑계로 조선의 정체성 훼손을 목적으로 온천동 금강공원으로 옮겼다. 2014년 8월 동래부 동헌을 복원하면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 복원하여 동헌 앞에 세웠다.
2023년 현재 부산광역시 동래구청 현관에는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을 붓글씨로 써서 편액으로 걸어두고 있다. 참담했던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동래구민의 역사 인식을 엿 볼 수 있다.
[동래구 임시청사 현관]
부산지역의 활쏘기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동래부순절도에 담겨진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이후 설립된 조선시대 후기 동래부의 각 진에서 운영한 활터를 이해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원문 東來府誌. 1740
----. 國譯 1740 東來區誌, 1995
----. 國譯 1740 東來區誌(題詠雜著篇), 2000
변박.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1760. 육군박물관. 보물392호
변곤.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1834. 울산박물관. 울산유형문화재
민정중.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 1658. 송상현 공 종가(충북유형문화재)
----. 國譯 忠烈祠志(영인본). 2021. 개정판
----. 육군박물관(도록). 2011
민건호. (國譯) 海隱日錄Ⅰ- Ⅵ. 2008-2013. 부산근대역사관
學術調査硏究叢書. 동래읍성해자Ⅰ. 2008경남문화재연구원
學術調査硏究叢書. 동래읍성해자Ⅱ. 2010경남문화재연구원
▶ 다음에 소개될 내용은 「부산진성 관덕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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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활쏘기 역사와 문화-⑥ 동래부순절도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래지역의 활쏘기 역사
동래해자 출토 깍지(1592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깍지로 확인돼
동래부순절도는 1592년(선조 25년) 4월 15일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에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의 항전 내용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1709년(숙종 35년) 처음 그려진 것을 1760년(영조 36년)에 화가 변박(卞璞)이 보고 다시 그린 모사도이며, 위에서 내려다보는듯한 부감도 기법을 적용했으며, 치열했던 교전의 장면을 동도이시법(同圖異時法·한 그림에 다른 시간대의 여러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그림에 담아냈다.
동래부순절도의 내용은 동래부사 홍명한이 1760년 8월 상순에 작성한 「本府殉節圖序」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래지역의 활쏘기 역사
동래해자 출토 깍지(1592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깍지로 확인돼
동래부순절도는 1592년(선조 25년) 4월 15일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에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의 항전 내용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1709년(숙종 35년) 처음 그려진 것을 1760년(영조 36년)에 화가 변박(卞璞)이 보고 다시 그린 모사도이며, 위에서 내려다보는듯한 부감도 기법을 적용했으며, 치열했던 교전의 장면을 동도이시법(同圖異時法·한 그림에 다른 시간대의 여러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그림에 담아냈다.
동래부순절도의 내용은 동래부사 홍명한이 1760년 8월 상순에 작성한 「本府殉節圖序」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1760. 동래부순절도서 원문]
(국역) 동래부순절도서문
옛날 임진왜란 때 동래성이 함락되던 날, 부사 송 충렬공(송상현), 양산군수 조공(조영규), 교수 노공(노개방), 비장 송봉수, 김희수, 유생(儒生) 문덕겸 등과 향리 송백, 겸인 신여로 및 송 부사의 첩 금섬과 동래읍민 김상, 두 명의 마을여자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순절하였다. 큰 절개는 사서(史書)에 밝게 실려 있고, 그 상세한 것은 모두 비문에 실려 있으니, 어찌 홀로 동래부 사람들만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를 칭송하겠는가. 무릇 우리 해동 사람이면 누구나 듣고 아는 바이다. 그러나 상상하여 흥기(興起)함은 오히려 눈으로 보고 만져 느끼는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동래부에 오래전부터 순절도(殉節圖)가 있음은 뜻이 대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순절도 그것을 펴서 보니, ①차분하고 침착하게 엄숙한 모습으로 조복(朝服)을 입고 북향하여 공손히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은 송상현이다. ②반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분강개하여 함께 돌아가신 사람은 조영규 양산군수이다. ③곁에서 모시면서 떠나지 않은 사람은 겸인 신여로이다. ④곁에 있으면서 육박하고 혈전하는 사람은 송봉수, 김이수 비장(裨將)과 향리 송백이다. ⑤문루 아래에 선성(先聖)의 위판(位板)을 모시고 예배(禮拜)하는 사람은 동래향교 교수 노개방과 유생 문덕겸, 양조한이다. ⑥담장을 뛰어넘어 목숨을 끊고자 하는 사람은 송상현의 첩 금섬(金蟾)이다. ⑦기왓장을 걷어 적을 치는 사람은 마을 사람 김상과 두 여자이다. ⑧오직 갑옷을 걷고 병기를 버리고 말을 달려 북쪽으로 달아나는 사람은 경상좌병사 이각(李珏)이다.
[1760. 동래부순절도]
지금은 임진란을 지난 지 거의 2백년 가까운데, 사람들의 이목에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비치는 것은 이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보면 비록 어리석은 지아비와 지어미도 충량(忠良)을 본받고 정렬(貞烈)을 흠모해야 함을 알지 못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모두가 적으로 인하여 임금을 버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서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모두 알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뭇 사람이 각각 성(城)을 이루는 마음을 가지고, 백성이 모두 임금을 호위하는 의리를 알게 될 것이니, 한 폭의 그림이 깊은 참호와 높은 성벽과 견고한 갑옷, 날카로운 무기보다 훨씬 나은 점이 많다. 아아! 동래부에 어찌 하루라도 이 그림이 없을 수 있겠나. 애석하게도 세월이 오래됨에 변하고 떨어져 가니, 나는 아주 흐려져서 분별할 수 없게 될까 적이 두렵다. 마침내 읍에 사는 변박(卞璞)으로 하여금 다시 모사하고 새로 장정하게 하니, 만약 뒷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이 그림을 보는 것을, 지금 옛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한다면, 이 그림이 전해지는 것은 장차 무궁함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오, 임진란 순절의 사적은 천년, 백년이 지나도 하루와 같을 것이니, 이 어찌 그림이 또한 도움 됨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겠는가. 삼가 충렬사(忠烈祠)에 보관하여 뒷사람을 기다릴 따름이다.
숭정(崇禎) 기원후(紀元後) 133년 경진(庚辰)63) 8월 상순 부사 홍명한(洪名漢) 삼가짓다.
※ 서문에 원숫자(①~⑧)은 그림 설명을 위해 필자가 추가함
동래부순절도에는 남문 위에 있는 ⑪송상현 부사를 중심으로 읍성 서문에서 동문까지 왜적을 맞아 방어하는 조선군의 전투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림에 표현된 병사는 49명이며, 서문에서 남문 사이에는 좌궁수 18명, 남문에는 지휘관1명, 보좌군관 6명, 남문에서 서문 사이에는 우궁수 22명, 좌궁수 1명, 지휘관 1명, 보좌군관 1명이 표현되어 있다. 그림에서 활쏘는 궁사의 모습은 활쏘기 단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습으로 긴장된 상황을 묘사한 상태인 활시위를 가득당긴 만개궁체와 깍지 손을 뒤로 빼서 활시위를 놓는 발시 후의 장면을 표현했다.
그림의 성격이 순절한 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의 항전 내용을 알리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전투에서 졌지만 조선군의 일사불란한 전투장면을 위해 성벽 위에 있는 조선궁수들을 서문과 남문 사이는 모두 좌궁으로, 남문에서 동문 사이는 우궁으로 표현하여 일사분란하게 전투하는 잘 훈련된 조선병사로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남문 성 아래에는 왜적의 목패 ⑨가아도(假我道)와 송상현의 목패 ⑩가도난(假道難)이 있다.
동래성을 포위한 왜군이 조선군의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 성안으로 던진 목패⑨는 ‘싸우고 싶거든 싸우고 그렇지 않으면 빌려 달라(전즉전의 부전즉가아도, 戰則戰矣 不戰則假我道)’는 내용이며, 이에 대해 송상현 부사가 ‘싸워서 죽는 것은 쉬워도 길을 빌러주기는 어렵다(전사이 가도난, 戰死易 假道難)’목패⑩를 던져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내성수사결의도, 충렬사 소장]
동래읍성 전투는 1592년 4월 15일 하루 만에 조선군의 패배로 함락되었고, 동래읍 사람들의 이날 겪은 참상은 이안눌 시문과 동래읍성 해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760년 동래부지 제영잡저 편에는 다양한 시문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중 동래읍성과 관련한 1607년 동래부사 이안눌의 시문 2편을 국역본으로 소개한다.
○ 만초(蔓草)는 옛 성곽 문에서
만초(蔓草)는 옛 성곽 문에서 쓸쓸하게 우거졌고
불타고 남은 마을에서는 단지 무너진 담장이로다.
숲 속의 사당에는 귀신이 있는지, 바람과 연기가 어둡고
저자가 폐지되어 사람이 없으니 까마귀 참새가 떠드는 구나
성 아래 황폐된 해자에는 백골(白骨)이 쌓였고
우중(雨中)에 차가운 도깨비불은 황혼을 비추네
마음을 크게 다쳤으나 참고 임진년의 일을 물으니까
유로(遺老)들이 서로 보면서 감히 말을 하지 못하는 구려
○ 동틀 무렵 집집마다 들려오는 곡소리(平明家家哭)
- 이안눌(李安訥), 초여름 날의 느낌(孟夏有感)
때는 사월 십 오일
동틀 무렵 집집마다 들려오는 곡소리
온 천지가 쓸쓸하게 변하고
처량한 바람이 수풀을 흔드네
괴이한 일이라 늙은 아전에게 물었네
곡하는 소리가 어찌 그리도 슬프냐고
임진왜란 때 왜적이 쳐들어 왔으니
이 날이 바로 동래성 함락되던 날
그 당시 오직 부사 송상현님께서만
성벽을 지키고 충성과 절개 지켰네
온 고을 사람이 성으로 몰려 들어가
한꺼번에 죽음의 피바다로 변했네
몸을 던져 죽은 시신이 쌓이고 쌓여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둘만 남았네
바로 그 날이 다시 다가왔기 때문에
제사상을 차리고 그 죽음에 애도하네
아비가 더러 죽은 자식을 위해 곡을 하고
아들이 혹은 숨진 아버지 위해 곡을 하며
할아버지가 더러 죽은 손자 위해 곡을 하고
손자가 더러 숨진 할아버지 위해 곡을 하며
어머니가 죽은 딸을 위해 곡을 하기도 하고
딸이 숨진 어머니를 위해 곡을 하기도 하며
아내가 죽음 남편을 위해 곡을 하기도 하고
남편이 숨진 아내를 위해 곡을 하기도 하며
형과 아우사이 언니와 동생사이에 곡을 하니
살아있는 모든 이 죽은 이를 위해 곡을 하네
얼굴을 찡그리며 듣다가 끝까지 듣지 못하는데
갑자기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서 턱에 이르네
아전이 이에 앞으로 나가서 제문을 바치는데
곡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슬퍼하지도 못하니
아마도 시퍼런 칼날 아래 대부분이 희생되어
온 친족 통틀어도 곡을 할 사람이 없는가봐
○ 동래읍성 해자
전쟁기록화인 동래부순절도와 이안눌의 시문 2편에 1592년 4월 15일의 참혹한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었으며, 2005년 동래읍성 해자 발굴을 계기로 처참한 동래성의 모습은 온 세상에 공개되었다. 동래읍성 해자가 발견된 위치는 동래읍성 남문 앞이며, 현재 부산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이 있는 곳이다. 400여년이 지난 해자에는 당시 동래읍성을 공격한 왜군에게 살해당한 인골과 각종 병장구와 활채 및 활 쏠 때 사용되는 깍지, 화살 등의 무기류가 출토되었다.
[동래읍성 해자 단면-조형도, 도시철도 수안역]
동래읍성 해자는 체성에서 약 30m 떨어져 축조되었으며 폭 5m, 높이 1.7~2.5m 정도이다. 해자의 동쪽 석축은 구릉 경사면의 흑갈색 사질점토층 위에 깬 돌을 이용하여 13~14단 정도 올렸다. 서쪽 석축은 온천천이 범람하는 침습지에 갈색 및 암갈색 점토를 이용하여 너비 3m 높이 1.5m 정도 쌓아 범람을 막은 다음 석축을 올렸다. 석축은 맨 아래 기단에는 크고 넓적한 돌을 놓고 그 위에 돌을 들어올려서 안정되게 8단 이상 올렸다. 해자 내부에는 임진왜란 때 동래읍성전투의 참상을 보여주는 칼에 베이거나 두개골에 구멍이 난 인골과 칼·목궁 화살촉 등의 무기류가 출토되었다. 동래해자에서 출토된 목궁과 각궁의 고자목은 물론 원형이 그대로 유지된 숫깍지는 임진년인 1592년이라는 사용연대가 분명하여 당시의 활쏘기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유구로 평가되고 있다.
[동래해자 출토 1592년 사용 깍지]
부산도시철도 4호선인 동래구 수안역사에는 「임진왜란 동래읍성 역사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조선전기 동래읍성과 동래해자 조형도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전기 동래읍성 조형도]
부산에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동래의 충렬사(충렬사의 충렬은 송상현의 시호 충렬공에서 가져온 이름이다)와 송공단이 있으며, 이 외에도 추후 소개할 부산 동구 좌천동 ‘정공단’과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윤공단’등이 있다.
동래 충렬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지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왜적과 싸우다 순국한 선열을 모신 사당이며, 전사한 선열 23명과 동래부, 부산진, 다대진 및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무명용사 등의 위패 4위, 의병 62명의 위패를 모셨다.
[동래구 충렬사]
동래시장 옆에 있는 송공단은 1742년(영조18) 동래부사 김석일이 임진왜란때 동래부사 송상현공이 순절한 정원루가 있던 곳에 설치한 단으로서, 송상현공을 비롯하여 동래성 전투에서 순절한 분들을 모신 곳이다. 송공단이 세워지기 전에는 동래읍성의 남문 밖 농주산(현 동래경찰서 자리)에 임진왜란때 순절하신 분들의 전망제단을 세워 동래부사 송상현·부산첨사 정발·양산부사 조영규·동래교수 노개방을 비롯한 순절의사들을 모셨는데 이 제단을 1742년(영조18년) 송공단이 세워지자 그곳으로 옮겼다.
송공단은 동·서·남·북의 4단으로 되어 있는데 북단에는 송상현·조영규·노개방을, 동단에는 유생 문덕겸, 비장 송봉수, 김희수, 겸인 신여로, 서단에는 노개방의 부인, 송상현의 애첩 금섬, 정발의 첩 애향, 남단에는 향리 송백, 부민 김상과 이촌녀(二村女) 및 무명전망인을 모셨다.
[동래구 송공단]
동래독진대아문은 부산광역시 동래구 수안동에 있는 조선시대 관아 대문이며, 임진왜란 이후 1655년(효종6)에 동래부의 군사권이 경상좌병영(慶尙左兵營)의 지휘 아래 있던 경주진영(慶州鎭營)에서 독립하여 동래독진이 되었음을 알리는 '동래독진대아문(東萊獨鎭大衙門)'이라는 현판을 정면의 문 위에 걸었다. 동래지역의 군사적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원래 동래부사청 동헌(東萊府使廳東軒) 앞 대문으로 망미루 뒤쪽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시가지 정리를 핑계로 조선의 정체성 훼손을 목적으로 온천동 금강공원으로 옮겼다. 2014년 8월 동래부 동헌을 복원하면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 복원하여 동헌 앞에 세웠다.
[동래독진대아문]
2023년 현재 부산광역시 동래구청 현관에는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을 붓글씨로 써서 편액으로 걸어두고 있다. 참담했던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동래구민의 역사 인식을 엿 볼 수 있다.
[동래구 임시청사 현관]
부산지역의 활쏘기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동래부순절도에 담겨진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이후 설립된 조선시대 후기 동래부의 각 진에서 운영한 활터를 이해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원문 東來府誌. 1740
----. 國譯 1740 東來區誌, 1995
----. 國譯 1740 東來區誌(題詠雜著篇), 2000
변박.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1760. 육군박물관. 보물392호
변곤.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1834. 울산박물관. 울산유형문화재
민정중.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 1658. 송상현 공 종가(충북유형문화재)
----. 國譯 忠烈祠志(영인본). 2021. 개정판
----. 육군박물관(도록). 2011
민건호. (國譯) 海隱日錄Ⅰ- Ⅵ. 2008-2013. 부산근대역사관
學術調査硏究叢書. 동래읍성해자Ⅰ. 2008경남문화재연구원
學術調査硏究叢書. 동래읍성해자Ⅱ. 2010경남문화재연구원
▶ 다음에 소개될 내용은 「부산진성 관덕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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