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궁술>단상-무엇이 배제되었는가

입력 : 15.08.13 22:31|수정 : 15.09.15 22:31|국궁신문|댓글 0
예사(禮射: ritual archery) 문화의 배제?

<조선의 궁술>단상-무엇이 배제되었는가
예사(禮射: ritual archery) 문화의 배제?

국궁계에 바이블처럼 귀중하게  간주되는 책이 <조선의 궁술>이다.  요즈음 들어 이 '바이블'에 대한 하나 둘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예컨데, 이 책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법 전통만을 표준 사법으로 제시함으로서 다른 지역의 사법을 비정통 사법으로 인식하게 만든 정황은 없는가 하는 지적이다.  사법 논쟁의 한 부분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조선의 궁술>이 갖는 한계는 없을까. 오늘 이 단상에서 나는 '예사 문화의 배제'를 <조선의 궁술>이 갖는 한계점의 하나로 생각해 보았다.

책을 쓰다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포함시키고 배제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활쏘기의 기술과 문화를 다 포함시킨 백과전서로 알려진 <조선의 궁술>이 배제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예사 (禮射: ritual archery) 문화의 배제이다.

저자 이중화는 대사례와 향사레에 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예사는 예를 갖추고, 또한 예를 함양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쏘기를 활용하던 문화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대사례가 되고, 지방 차원에서는 향사례가 될 것이며, 그것이 일상에서는 사정의 문화로 녹아 들었다.  

<조선의 궁술>에서는 사정의 禮를 사풍이라는 주제 속에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만, 대사례와 향사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활쏘기 禮의 근원으로 작용하던 예기 사의편에 대한 어떤 소개도 하지 않고 있다. 활쏘기를 통하여 궁사의 덕행을 살필 수 있다는 내용 (예기의 사의 편)이 <소학>에 소개되었음을 알고 난 이후로 이 부분의 배제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조선시대에 만연하였던 활쏘기에 대한 인식 (즉, 관덕)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못했던 까닭이다.

오늘날 <조선의궁술>이 주목 받는 것은 '궁술'' 즉 어떻게 하면 활을 잘 쏠 수 있을까하는 사법 부분이다. 이 사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 책이 지금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궁사들의 일차적 관심은  역시 '궁술'이다라는 점을 실감한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고 만다면 국궁 문화의 정체성은 반 밖에 살리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이 아닐까. 조선시대의 문무관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던 활쏘기=관덕 즉 덕을 함양시키는 교육 수단으로 인식하고 실천하던 문화적 특성[각주 1 참조]은 찾아 볼 도리가 없게 된다. 

장안 편사등 놀이 문화에 대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는 <조선의 궁술>에서 예사 문화가 배제되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통 '궁술' 의 보전과 표준화를 더 시급하게 고려한 결과가 아닐지 모른다. 보다 더 실용적인 접근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 이유야 어떠하든, 한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즉  <조선의 궁술>이 한국 활쏘기 문화의 모든 것을 포함하였다는 기왕의 평가는 조심스럽게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우선 소개하고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어떤 내용은 배제되었으며, 지금으로 보아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서 <조선의 궁술>이 갖는 한계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2015. 8. 13/알로하)


[각주 1:  이러한 특징은 한국만의 특징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교 문화권 즉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공유하고 있던 동양 활쏘기 문화의 특징이라고 보아야 합당하다. "예로 시작하여 예로 끝난다"는 말은 국궁만이 아니라 일본 궁도에서도 일상화된 말이다. 오늘날 중국은 이런 전통이 단절되었다. 전통활쏘기를 부활시키려는 중국인들이 이런 전통을 어떻게 되살릴 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국궁문화연구회 http://cafe.daum.net/kukmoonyun

[덧붙이는 글]이 글은 국궁문화연구회 인터넷 카페에 게시된 '알로하'님의 글을 전재한 것 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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