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천양정, 선생안과 소선계후

입력 : 14.06.29 13:31|수정 : 21.11.15 13:31|국궁신문|댓글 0
일반 활터의 정간은 잘못 전파된 풍속

전주 천양정, 선생안과 소선계후
일반 활터의 정간은 잘못 전파된 풍속

고도 전주시 다가공원에 있는 활터 천양정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고풍스런 전통의 멋과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편액 등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전국의 아주 오래된 일부 활터에서 고풍으로 계승하고 있는 선생안이 있으며, 매년 5월이 되면 대사회(大射會)라는 의례를 치르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2칸 건물의 천양정


또한 지난 2002년 이후 인터넷에서 큰 논쟁을 일으킨바 있는 전국 활터에 왜곡된 상태로 전파된 ‘정간(正間)’의 본질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선생안(先生案)과 선생헌(先生軒)이 정사 건물내에 있다.
 


천양정 편액은 건물 3째칸인
정중앙 정간(正間)에 있다


천양정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의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면 5칸으로 구성된 정사(亭舍)이며, 그 중앙을 가르키는 정간(正間)이라는 공간에 대한 의미이다. 5칸으로 구성된 천양정에서 정간(正間)은 3번째 칸의 공간이 된다.

▶ 정간(正間) : 건물의 중앙에 있는 칸. 또는 그런 방.

천양정 건물 정면 5칸중 왼쪽 2칸의 공간은 각종 대회의 우승기 등이 보관되어 있는 열린 공간이며, 세번째 칸 공간(정간, 正間)인 정중앙에는 태극기와 선생안(先生案) 봉안되어 있고, 나머지 2칸(4번, 5번칸)은 방으로 구성된 선생헌(先生軒)으로 소선계후(紹先啓後)라는 편액을 걸려 있다.
 


천양정 편액이 있는 건물안쪽 정중앙에
태극기와 천양정 선생안이 있다

 


천양정 편액이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오른쪽 4번째 칸이다 

 

소선계후(紹先啓後) 편액이 걸려있는 선생헌(先生軒)에는 역대 사장의 존영(尊影)과 천양정의 사안(射案)이 보관되고 있는 공간으로 천양정에서도 일년에 한 두차례만 공개하는 곳이다.

▶ 선생안(先生案) : 선생안(先生案)이란 일명 안책(案冊)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 중앙과 지방관청에서 전임(前任) 관리를 선생안(先生案)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명단을 말한다. 전임(前任) 관원의 성명, 직명, 생년월일, 본적 등을 기록하였다.

▶ 존영(尊影) :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

천양정에서는 선생안의 정면과 역대 사장의 존영을 모시는 선생헌의 정면 공간인 건물 3번째 칸을 매우 신성시하고 있다. 아울러 그곳을 정간(正間)이라 표현하고 있는 정면입구측에 ‘정간거좌엄금(正間踞坐嚴禁)’이라는 표시를 해 두고 있다. 즉, 건물 정중앙(정간)인 3번째 칸(마루)에 올라서 눕거나 앉지 말라는 주의사항이다.
 


천양정 편액 아래에 놓여져 있다


천양정에서 정간은 공간적 개념이다. 그 공간은 선생안(先生案)과 역대 사장(射長)의 존영(尊影)및 사안(射案)을 보존하는 선생헌(先生軒)의 정면 공간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아울러 선생헌(先生軒)의 출입문 위에는 ‘선인을 잇고 후생을 계도한다’ 는 의미를 지닌 소선계후(紹先啓後) 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역대 사장(射長)의 존영(尊影) @다음카페 전주 활터

 

이처럼 천양정에서의 정간(正間)은 매우 존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고풍과 더불어 천양정의 규례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정간(正間)에 관해 기록한 문서로는 1912년 5월에 제정된 천양정 규례(規例)와 1958년 천양정 헌장(憲章) 그리고 1990년 6월 6일 개정(改正)된 천양정 정관(亭款)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오래된 1912년의 규례(規例)와 1958년의 천양정 헌장(憲章)에 대해 살펴본다.
 

[1912년 5월에 제정된 천양정 규례(規例)]
7. 射規(사규)는 儀習(의습)을 整頓(정돈)하고 順序(순서)를 遵守(준수)하여, 輕跳(경도) 浮薄(부박)의 行動(행동)을 不許(불허)함으로 左(좌)의 條項(조항)을 付(부)함.

① 射員(사원)이 射亭(사정)에 進(진)할 時(시)는 必先正間(필선정간)에 拜禮(배례)한 後(후) 射班(사반)에 立(입)함.

[1958년 천양정 헌장(憲章)]단기 4291년 12월 1일 시행 헌장(憲章)
제5장 의례(儀禮)
제22조 5항. 入亭後射長(입정후사장)은 곧 先生軒(선생헌)에 參拜(참배)하고 正間(정간)에 正座(정좌)한다. 公員(공원) 有司(유사)는 先生軒(선생헌)에 參拜後(참배후) 公員(공원)은 射長(사장) 座側(좌측)에 侍立(시립)한다.

제25조 ‘正間(정간)’은 先生案(선생안)의 奉安(봉안) 또는 射長(사장)의 正座(정좌)를 象徵(상징)한 尊嚴處(존엄처)이므로 正間(정간) 또는 ‘正間(정간)의 正面(정면)’은 他人(타인)의 侵犯(침범)을 不許(불허)한다.

제 26조 射員(사원)은 登亭卽時(등정즉시) ‘正間(정간)’에 敬虔(경건)한 態度(태도)로 參拜(참배)하여야 한다.

[제8장 賞罰(상벌)]
제 51조 좌(左)에 해당(該當)한 자(者)는 징계위원회(懲戒委員會)에 회부(回附)한다.
1) 射長 先生案 正間(사장 선생안 정간)의 尊嚴(존엄)을 冒瀆(모독)한 者(자)


천양정의 건물 구성내용과 천양정의 기록을 살펴본 결과 결론적으로 천양정의 정간은 전국의 일반 활터에서 ‘정간(正間)이라는 글자’를 편액처럼 써서 붙인 목간(木簡) 등의 표찰이 아닌 ‘선생안이 모셔져 있는 공간적 개념’이다.

활터 건물에 선생안(先生案)도 없이 글자로 정간(正間)이라고 쓰여진 편액에 머리를 숙여 맹목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풍속이며, 굳이 천양정의 정간례를 답습하려면 활터를 창정하고 계승한 역대 선진들의 선생안부터 만들고 그 곳에 예를 취하는 절차와 의례를 먼저 선행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전통의 계승이라 말할 수 있다.
 


紹先啓後/목판에 새김/35×139cm/1935

 

'선인을 잇고 후생을 계도한다’ 는 의미를 지닌 '소선계후(紹先啓後)'는 오늘의 천양정을 계승한 선진사우의 정신이며, 오늘날 우리들이 활터를 대하는 마음가짐의 계훈이라 생각된다. 천양정에는 여느 활터에서 느낄 수 없는 전통의 무게감과 엄숙함이 존재한다. 심곡@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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