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궁술연구회장 성문영 공의 손때가 묻은 <조선의 궁술>

입력 : 13.06.18 14:22|수정 : 13.07.14 14:22|국궁신문|댓글 0
千古可師 천고의 가르침이다

우리나라가 옛부터 활쏘기로 이름이 났지만, 그것이 글로 정리된 것은 <조선의 궁술>이 최초이다. 물론 그 전에도 한문으로 쓰여진 여러 가지 자료가 간간이 있지만, 그것들의 실제 내용은 조선에 전해오는 궁술이 아니라 중국의 사법 책을 참고하여 소개하거나 조금 고쳐서 활용한 정도이다. 따라서 활쏘기로 이름난 민족에게 활쏘기 기록이 최근세(1929년)에야 나타난 현상은 아주 특이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의 궁술>은 우리 활의 원형을 잘 정리한 책이다. 그 안에 우리 겨레의 활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이 체험은 그대로 전세계 활쏘기 중의 최고 경지였다. 그 글을 쓴 사람들이 당시 무과출신으로 조선의 모든 무예를 섭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사풍과 사법이 바뀌어서 지금은 <조선의 궁술>에서 말하는 내용과 사뭇 달라진 까닭에 <조선의 궁술>은 오늘날 또 다른 기능을 지닌다. 그것은 여건의 변화로 우리가 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떠올릴 때, 돌아가야 할 목표지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계지남'이라고 한 책 앞의 축하 붓글씨 문구처럼 <조선의 궁술>은 만고불변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성낙인 선생 유품 중에 <조선의 궁술>이 있어서 관심을 끈다. <조선의 궁술>은 서울 인사동의 고문헌 책방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물건(?)이기도 하다. 물론 골동품인 만큼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전국의 유명한 도서관에서도 소장한 곳이 있고, 책에 관심이 있는 활량들 중에는 드물지만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소장자와 전승 경로가 분명히 드러난 아주 드문 경우이다. 더욱이 성낙인 선생은 성문영 공의 외동아들이어서 이 책이 성문영 공을 거쳐 성낙인 선생으로 이어져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기에 더욱 뜻 깊다. <조선의 궁술>을 만든 당사자의 손때가 묻은 책이 이렇게 전해오기는 아주 드물고 특별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조선의 궁술>은 단순히 책만이 존재하는 경우와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다르다. 특히 그것을 유품으로 받아온 온깍지궁사회 사계원들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다. 전통을 알아보고 올바른 전통을 찾으려고 10년 가까이 활동한 끝에 우리의 활쏘기는 <조선의 궁술>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참고로, <조선의 궁술> 원본이 국궁계에 처음으로 완전 공개된 것은, 1998년 무렵의 일이다. 정진명 접장이 충북대학교 도서관에서 복사해온 것을, 당시 사이버 국궁장을 운영하던 이건호 접장에게 넘겼고, 이 접장은 그것을 전부 스캔해서 자신의 사이트에 올렸다. 그 이후 누구나 <조선의 궁술> 원문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접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소장한 사람들만 무슨 비급처럼 꺼내보거나, 아예 관심이 없어서 그런 책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진해의 이자윤 명무가 온깍지궁사회 세미나 때 복사본을 50여권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적이 있다. 지금 전국의 활터에서 가끔 보는 복사본은 거의가 그때의 것인 경우이다.

이 책은 1929년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벌써 80년 세월이 넘었다. 책장을 넘기면 종이가 부스러기처럼 떨어지기 시작하여,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어서 그것을 받아온 정진명 접장은 고민이라고 한다. 아울러 가치로 보나 값으로 보나 매우 중요한 이 자료를 선뜻 넘겨준 성재경 씨에게 감사 드린다고, 정 접장은 말한다.

이런 자료들이 하루 빨리 재조명 되어 우리의 전통 활쏘기를 제 자리로 되돌려놓고 오랜 세월 가꾸어온 올바른 활쏘기를 제대로 계승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의 궁술 표지


조선의 궁술 책에 실린 발간 축하글이다

조선의 궁술은 "궁술계에 보배와 같은 귀중한 책이다"

무사내외@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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