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우리 활과 활터 ②

기사승인 21-12-11 11:05

공유
default_news_ad1

사진집 ‘Coréenne’과 영화 ‘모란봉’ 에 등장하는 <관덕정>

양준모(서울 수락정)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우리 활과 활터 ②
사진집 ‘Coréenne’과 영화 ‘모란봉’ 에 등장하는 <관덕정>

양준모(서울 수락정)
 

1958년 5월에 북한의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북한 평양에 도착한 'Jean-Claude Bonnardot', 'Chris Marker', 'Claude Lanzmann', 'Armand Gatti', ‘Francis Lemarque’를 비롯한 프랑스 기자와 예술인들은 ‘조선 필름’이 북한에서 장편영화를 만들도록 그들을 초대했다는 것을 듣는다.

평양 스튜디오의 북한당국자들은 그들에게 영화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모든 기술적인 수단을 제공했는데, 초반에는 자유롭게 영화를 촬영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료-1] 1958년에 방북한 프랑스 예술인들

1. Chris MARKER의 사진집
영화감독이자 사진가, 여행가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했던 이 감독의 본명은 ‘Christian François Bouche-Villeneuve’로 ‘Chris Marker’라는 영어 이름으로 활동했다. 1950년대부터 시, 소설, 평론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들었으며, Chris Marker와 친구들은 동시대 누벨바그의 흐름과 구분하여 ‘좌안파 Rive Gauche’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들 가운데에서도 정치적으로나 미학적으로 가장 급진적이었다.
 


[자료-2] 크리스 마커

1958년에 북한으로 향하는 프랑스 예술인들과 함께 하게 된 마커는 이전에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면서 제작한 <북경의 일요일 Dimanche à Pékin, 1956>와 <시베리아에서 온 편지 Lettre de Sibérie, 1958>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한국전쟁이후 북한의 재건상황을 선전할 목적으로 프랑스 영화인들에게 장편영화 제작을 제안하였다.

또한 프랑스인들에게 이후 북한의 관광지가 될 평양과 개성의 곳곳을 관람시켜 주었는데, Chris Marker는 이때 이후 사진집 에 실리게 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그의 사진과 영상들은 함께 방북했던 Armand Gatti가 시놉시스를 쓰기 시작한 영화 <모란봉>에서 나오는 장소들을 담고 있다.

북한의 다양한 장소와 인물들을 찍은 사진집 는 1959년에 출판이 되어 프랑스에서 최고 권위의 사진집에 주는 상을 받았고, 그 초판은 진귀한 소장목록에 들 뿐만 아니라 아예 물건이 없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출판에서 모범적 걸작이 되었다.

그런데 동시에 촬영된 짧은 컬러영상들은 이후 영화로는 제작되지 못한 모양으로 2004년에서야 프랑스 ‘ARTE TV’의 한반도를 테마로 한 다큐멘터리인 (북한편-53분)에 단편적인 자료화면으로 공개되었다.


[자료-3] 전시회 Chris Marker and the Coréens,

아뜰리에 에르메스, 2013.


2. 
Coreenne의 활쏘기 사진

Chris Marker는 1959년에 출판된 사진집 에 북한의 여러 인물사진들을 실었는데 그중에는 개성의 여러 명소들의 사진과 더불어 자남산 산자락에 위치한 <관덕정>에서 활쏘는 사진 3장이 실려 있다. Chris Marker는 관덕정에서 활쏘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남겼다.

활쏘기는 여전히 상류층 사람들의 운동이다. 물소 뿔이나 대나무를 두 번 구부려 만든 활은 손보다는 눈에 복종하는 것 같다. 일단 시선을 과녁의 중앙에 꽂으면, 화살은 그대로 날아갈 뿐이다.

오후 내내 남자들은 (그중에는 노인들도 여럿 있었다) 약 150미터 떨어진 맨 돌 사이에 세워진 판자를 구멍투성이로 만든다. 태양의 흔들림과 같다. 과녁에 박히는 화살은 권총 소리와 같은 반향을 낸다.

이 근처의 사람들은 마치 ‘죽음의 승리(소설 장미이야기의 3장과 마지막 장)’에 나오는 기사들처럼 머리 위를 스치는 화살의 홍수에는 신경 쓰지 않을 채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북한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지만, 여기서 본 승리자의 눈길은 유일하게 겸손함을 잊은 듯이 보였다. (북녘 사람들, 눈빛출판사, 1989)
 


[자료-4] 개성 관덕정, 사진의 왼편에 프랑스 인들이 보인다.

 


[자료-5] ‘여기서 본 승리자의 눈길은 유일하게
겸손함을 잊은 듯이 보였다’는
이 사진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활을 쏘는 인물들의
얼굴표정이 살아있다.

 

3. 영화 <모란봉 Moranbong, une aventure coréenne>


[자료-6] 영화 <모란봉 Moranbong, une aventure coréenne>

 

<모란봉 Moranbong, une aventure coréenne>은 프랑스 출신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 감독인 Jean-Claude Bonnardot가 연출한 작품으로, 6.25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한 젊은 노동자와 판소리 음악가 딸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북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958년 여름부터 촬영해서 1959년 봄까지 촬영했다.

1959년에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북한에서는 상영되지 못했고, 프랑스에서도 영화에 삽입된 한국전쟁 장면과 연합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당시 드골 정부에 의해 개봉금지 당했다. 1963년에 해금이 되긴 했지만 곧 시작된 베트남 전쟁에 관심이 쏠리면서 몇 회 상영에 그치고 다시 아카이브 창고로 들어갔고, 프랑스에서 영화를 재발견하여 복원을 통해 평양에서 상영된 것은 2010년이 되어서였다.

재발견된 영화 <모란봉>은 2010년 1월 ‘제12차 평양 국제영화축전’에서 특별상을 받고, 2011년 10월7일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이 주최한 ‘프랑스의 눈을 통한 동아시아의 비전’에서 상영되었으며, 2014년 10월14일과 19일에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비엔날레’를 통해 한국에서 공개되면서 시선을 끌었다. 2021년 6월에는 ‘평창 국제평화영화제 평양시네마 세션’에서 영화 <모란봉>이 상영되고 관련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자료-7] 영화 속에서 프랑스인 기자로 출연한
Jean-Claude Bonnardot 감독

 

감독을 맡은 Bonnardot도 영화에 프랑스인 기자로서 직접 출연하였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서 나레이션을 통해 타인의 시선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난 비극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무래도 프랑스인이 북한의 세세한 것들은 알기 어려워 북한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당시 유명했던 시나리오 작가 '주동인', 연출가 '주영섭'이 함께 했고 타이틀 촬영은 최고의 촬영기사였던 '박경원'이 맡았다.

배우들을 살펴보면, 영화 초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얼음장수로 나온 '강홍식'은 우리나라 최초의 스타 중 한명이었고, 배우 '최민수'의 외할아버지기도 하다. 주인공을 맡은 여자배우 '원정희'와 남자배우 '엄도순'은 일제강점기 때 전설적인 배우로 남아있다.

4. Armand Gatti의 기획과 시나리오

1958년 5월에 평양에 도착한 다음 달인 6월에 극작가인 ‘Armand Gatti’는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하였고, 7월에는 ‘Jean-Claude Bonnardot’가 감독을 맡게 되었다.

‘이 옛 이야기는 연일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연인들의 모험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날 것이고, 이야기와 함께 제국의 시대와 현시대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이 조정될 것이다.’

당시 영화의 시놉시스에 적힌 ‘Armand Gatti’의 말이다. 실제로 영화 <모란봉>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남녀 두 주인공의 서사가 조선의 고전인 <춘향전>의 서사와 포개어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영화 <모란봉>의 여주인공이 극중극 <춘향전>의 춘향이 역을 연기하고 있고 남녀 주인공들이 겪는 고초와 극복과정은 한국전쟁이라는 사건에 겹쳐져 있다.
 


[자료-8] 영화<모란봉>의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하고 있는
Armand Gatti, CINEMATHEQUE FRANCAISE, 2011.

 

당초에 북한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유로운 환경에서 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제작에 들어가면서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북한은 체제선전을 위한 영화를 원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Bonnardot)에게 일종의 괴물 같은 시나리오를 주었다. 그런데 그는 그 시나리오를 크레프처럼 평평하게 고쳐야만 했다. (…) 그는 영화를 잘 마무리 짓기 위해 사자처럼 싸웠다. (…) 그리고 프랑스로 돌아와서는 검열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영화 <모란봉>은 프랑스 예술인들이 북한은 방문한지 52년이 지난 2010년이 되어서야 공개되어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5. 영화 속의 <관덕정> 풍경

영화 첫장면에서 남자주인공은 경찰에게 쫓겨 ‘공민왕릉’의 뒤편에 숨었다가 산을 올라 도망친다. 이윽고 도착하는 장소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활쏘기 대회중인 ‘관덕정’이다. ‘관덕정’에서 남자주인공은 맞은편에 있던 여자주인공을 보게 되고, 이들은 ‘선죽교’로 이동하여 대화를 나누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자료-9] 영화 <모란봉>의 관덕정 활쏘기
 

‘공민왕릉-관덕정-선죽교’로 이어지는 영화 시작부에 등장하는 이들 장소는 서로 거리가 꽤 됨에도 마치 인접한 공간처럼 연출이 되었다. ‘춘향전’과 ‘한국전쟁’이라는 영화속의 메인 테마와는 별개로 영화속에는 개성과 평양의 관광명소와 생활모습, 그리고 건설현장을 담은 당시 북한의 재건상황이 담긴 장면들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북한 당국의 요청에 따라 삽입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 관덕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개성의 여러 활터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할 예정이다.


[자료-10] 활쏘기 대회가 열리고 있는 관덕정

 


[자료-11] 활쏘기를 구경하는 인물들

 


[자료-12] 과녁 방향에서 바라본 관덕정

 


[자료-13] 관덕정안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

 


[자료-14] 개성 한옥마을촌에서 바라본 관덕정

 

【참고자료】

- 북녘사람들 Coréenne / 크리스 마커, 김무경 옮김, 눈빛 2008
- 영화 모란봉 1958 / 한국 영상자료원
https://www.koreafilm.or.kr
- 영화 모란봉(1958)과 음반 Coree Moranbong(1960)수록 <춘향전>을 통해 본 1950년대 북한 창극의 실제적 양상 2021 / 송미경
- ‘PIPFF 클래스 : 모란봉 ’, 북한과 프랑스 합작·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작품 / CoAR
http://www.ccoart.com
- 한국에서의 프랑스 문학과 영화: 아르망 가티의 경우 / 앙투완 코풀라·번역_송기정 쿨투라
http://www.cultura.co.kr
- 통일부 블로그
https://unikoreablog.tistory.com/

국궁신문

<저작권자 국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우리 활과 활터 ①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